촬영을 못 하게 했다
공병호는 경제학자다. 평생 숫자를 다뤄 온 사람이다. 2021년, 그는 개표 참관인 자격으로 재검표장에 들어갔다. 손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촬영을 막았다. 그는 그 이유를 곧 알게 됐다고 말한다 — 기계가, 이상했기 때문이라고.
투표지분류기는 표를 100장씩 묶어 내보내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그가 본 것은 98장, 그리고 2장. 다시 98장, 또 2장. 100이라는 완결된 숫자가, 자꾸 어긋났다. 숫자를 평생 본 그에게, 그 어긋남은 단순한 실수로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공정하게 짚어야 한다. 선관위의 설명은 다르다 — 분류기는 표를 ‘분류’할 뿐이고, 기계가 판단하기 애매한 표는 ‘미분류’로 따로 빼서 사람이 다시 센다. 100장이 98장과 2장으로 나뉘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 그 미분류 과정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그날의 영상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그 촬영이, 막혔다.
“촬영을 못 하게 한 이유가 있습니다. 투표지분류기가 너무나도 충격적이게, 엄청나게 많은 오류를 뽑아냈습니다. 100장씩 나와야 되는데 98장이 나오고 2장이 나오고, 또 98장 나오고 또 2장 나오고….”
▶ 공병호TV (방송) — 영상에서 보기묵직한 종이
장소를 옮긴다. 경남 양산을. 김두관 후보의 지역구. 공병호는 이 재검표를 ‘아주 볼 만했다’고 표현한다.
그가 주목한 것은 종이의 ‘무게’였다. 정상적인 투표용지는 가벼운 모조지로 만든다. 그런데 그가 본 일부 투표지는 130그램, 150그램에 이르는 묵직한 종이였다고 한다. 그는 그것을 ‘별도로 인쇄된 가짜 투표지’의 증거로 봤다. 같은 의심은 인천 연수을에서도, ‘투표지가 유난히 무겁다’는 형태로 제기됐다.
이번에도 반대편의 답을 적는다. 법원과 감정인 — 원고가 추천한 전문가까지 포함된 감정에서 — 은 투표지의 무게·재질이 위조를 추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무게가 조금 다른 종이가 섞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것이 ‘공장에서 찍어 낸 가짜’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묵직한 종이’는, 한쪽에겐 결정적 물증이고 다른 쪽에겐 설명 가능한 현상이다. 종이는 말이 없고, 두 해석만 남았다.
“100그램짜리 모조지가 아니라, 바로 130그램·150그램의 아주 묵직한 투표지가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은 결정적으로, 별도로 인쇄된 사전투표지(위조)로 볼 수 있겠습니다.”
▶ 공병호TV (방송) — 영상에서 보기기계 속의 크리스탈
그리고 가장 논쟁적인 장면. 공병호는 투표지분류기 내부에서 작은 부품 하나를 가리킨다. ‘수정발진기’. 크리스탈이라고도 부르는, 손톱만 한 금속 조각이다.
그는 말한다 — 무선랜카드의 핵심 부품이 바로 이 수정발진기인데, 그것이 분류기 안에서 발견됐다고. 선관위는 ‘분류기는 외부와 통신하지 않는다’고 해 왔는데, 통신을 할 수 있는 부품이 들어 있더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대목은, 기술적 반론이 가장 분명한 곳이기도 하다. 수정발진기는 ‘통신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 안에 들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부품 — 일정한 박자를 만들어 내는 ‘시계(클럭)’다. 손목시계에도, 계산기에도, 리모컨에도 들어 있다. 수정발진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무선 통신이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원의 결론도 같은 방향이었다. 대법원과 선관위는 ‘분류기에는 무선랜카드가 없어 외부 통신이나 원격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공병호의 ‘수정발진기=통신장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장면은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 가장 약한 고리다 — 의심은 강렬했지만, 근거는 기술적으로 반박됐다.
“무선랜카드의 가장 중요한 부품은 바로 이 수정발진기인데… 선관위는 무선통신이 안 된다고 해 왔습니다. 그런데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 부품이 (분류기에서)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 공병호TV (방송) — ※ 대법원·선관위는 ‘분류기 무선기능 없음’으로 반박 — 영상에서 보기독일은 멈췄다
지금까지의 장면들은 모두 ‘주장 대 반박’으로 끝났다. 무거운 종이도, 크리스탈도, 어긋난 100장도, 결국 두 해석 사이에 멈춰 섰다. 그런데 — 이 모든 다툼을 한 번에 넘어서는, 다툴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한국이 아니라, 독일에서 일어났다.
2009년 3월 3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내렸다. 2005년 총선에서 39개 선거구가 약 200만 표를 전자투표기로 처리했는데, 그 전자투표기 사용이 — 위헌이라는 결정이었다.
이유가 핵심이다. 독일 헌재는 이렇게 말했다. 선거의 본질적인 절차, 즉 투표와 개표의 핵심 과정은, ‘전문 지식이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도 신뢰할 수 있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헌법이 정한 ‘선거 공개의 원칙’이다. 기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시민이 알 수 없다면 — 설령 그 기계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더라도 — 그 선거는 헌법이 요구하는 ‘공개성’을 잃는다. 그래서 독일은, 전자투표기를 내려놓고 종이와 수개표로 돌아갔다.
공병호가 그날 재검표장에서 노려보던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질문이었다. 100장이 왜 98장과 2장이 됐는지, 그 자리의 누구도 시민에게 ‘투명하게’ 보여 주지 못했다. 촬영조차 막혔다. 독일의 헌법재판관들이 그 광경을 봤다면, 무엇이라 했을까.
“2009년 3월 3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전자투표기 사용에 대해 내린 위헌 판결은 상당히 의미가 깊습니다. 유권자가 전문지식 없이도 그 작동 방식과 결과를 인식하고 쉽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공병호TV (방송) — 영상에서 보기무엇을 믿을 것인가
정직하게 결산하자. 공병호가 ‘물증’으로 든 것들 — 무거운 투표지, 수정발진기, 어긋난 100장 — 가운데 법원에서 ‘조작의 증거’로 인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무게는 위조의 근거가 아니라 했고, 수정발진기는 통신장치가 아니라 했고, 분류기 숫자는 미분류 과정이라 했다. 4·15 선거무효소송은 전부 기각됐다. 이 사실을 흐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독일이 남긴 질문은, 그 모든 기각을 인정하고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 선거에 조작이 있었느냐’보다 한 칸 앞에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 ‘시민이 스스로 검증할 수 없는 기계로 치른 선거를, 시민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독일의 사법부는 그 질문에 ‘믿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답하며 기계를 멈췄다. 한국의 사법부는 ‘사람이 다시 세니 괜찮다(수검표 병행)’며 기계를 인정했다. 같은 기계, 같은 질문 앞에서, 두 나라의 법정이 정반대의 답을 내놓은 것이다. 둘 다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고, 한쪽이 틀렸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100장이 100장이 아니었던 그 순간, 그 자리의 시민이 카메라를 들 수 있었다면 —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적게 다투고 있을 것이다. 믿음을 앎으로 바꾸는 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개’다. 그 공개가 충분했는지, 판단은 늘 그렇듯 당신의 몫으로 남긴다.
남는 말
이 이야기의 ‘주장’ — 분류기 오류, 무거운 투표지, 수정발진기 — 은 모두 공병호 씨가 방송에서 직접 밝힌 것이고, 각 장에 원본 영상을 링크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들은 대부분 법원·선관위에서 ‘오류·정상·반박’으로 정리됐습니다. 반면 2009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전자투표기 위헌 결정과 그 이유(선거 공개의 원칙)는, 다툼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한국 선거가 조작됐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검증할 수 없는 기계를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라는, 독일이 이미 한 번 정면으로 마주한 질문을 — 한국의 재검표장 한가운데 다시 놓아 둘 뿐입니다.
※ 공병호 씨의 ‘위조·통신장치’ 주장은 법원·선관위에서 인정되지 않았고(4·15 선거무효소송 모두 기각), 분류기 ‘오류’는 미분류 재분류 과정으로 설명됩니다. 독일 헌재의 2009년 위헌 결정은 사실입니다. 본 글은 양측을 모두 담은 ‘열린 이야기’이며 부정선거를 입증하지 않습니다. 판단은 독자에게.
⚖️ 법적 쟁점 — 같은 기계, 두 나라 법정의 정반대 답
‘기계를 믿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독일과 한국의 사법부는 정반대로 답했다. 두 결정을 나란히 둔다.
“선거의 본질적 절차(투표 및 개표 결과의 확정)는, 특별한 전문 지식이 없는 시민이라도 신뢰할 수 있게(reliably)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선거 공개의 원칙).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전자투표기의 사용은 위헌이다.”
결정·판단 — 독일은 이 결정으로 2005년 총선 39개 선거구의 전자투표(약 200만 표)에 쓰인 투표기 규정을 무효화하고, 전자투표를 사실상 중단했다 — 종이·수개표로 회귀.
쟁점 — 이 기준의 핵심은 ‘조작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시민이 검증할 수 있느냐’이다. 기계가 정확하더라도, 시민이 그 정확성을 스스로 확인할 수 없으면 위헌이라는 것 — 신뢰가 아니라 검증가능성을 헌법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 출처 — 독일 연방헌재 보도자료(영문, 2009)“판시사항 [5] 국회의원 선거에 사용된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계수기’가 공직선거법 제178조 제2항에서 정한 기계장치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4] 사전투표용지에 QR코드를 인쇄하여 일련번호를 표시한 것이 공직선거법 제151조 제6항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판단 — 한국 대법원은 분류기·심사계수기를 ‘법(§178②)이 허용한 기계장치’로 보았고, QR코드 일련번호 표시도 위법이 아니라고(소극) 판단했다. 분류 뒤 사람이 다시 심사·집계하는 ‘보조기구’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병호가 제기한 분류기·QR 의혹은 법정에서 ‘적법’으로 정리됐고, 4·15 선거무효소송은 모두 기각됐다.
쟁점 — 여기서 1번(독일)과 정면으로 갈린다. 한국 대법원은 ‘분류기는 법이 허용했고 사람이 다시 세니 적법’이라 했고, 독일 헌재는 ‘시민이 스스로 검증 못 하면 위헌’이라 했다. 같은 기계를 두고 두 나라 최고 법원의 결론이 정반대다 — 어느 쪽이 ‘선거 공개’에 더 충실한지가, 이 이야기의 질문이다.
▶ 출처 — 대법원 2020수3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기계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해도, ‘기계가 맞았다는 것을 시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독일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 멈췄다. 한국은 멈추지 않았다. 그 차이를 어떻게 볼지가, 이 이야기가 끝내 남기는 질문이다.